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된 지금, 소비자가 기대하는 배송은 단순히 ‘빠름’을 넘어 **‘정확함’과 ‘유연함’**을 포함한다. 오늘 주문한 상품이 내일 오전에 도착하고, 부재 시엔 근처 편의점에서 수령할 수 있으며, 반품 요청도 손쉽게 자동 접수되는 시스템. 이러한 정교한 경험 뒤에는 **‘전국 단위 배송망’**이라는 막대한 인프라가 존재한다. 이제 이커머스 경쟁의 본질은 가격이나 상품이 아니라 **‘누가 더 촘촘한 라스트마일을 갖추고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어떻게 전국 단위 물류망을 구축하고 있는지, 그리고 진짜 라스트마일의 ‘끝판왕’은 누구인지를 살펴본다.
1. 쿠팡 – 전방위 물류 투자로 라스트마일을 선점하다
쿠팡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물류망을 직접 보유·운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로켓배송’이라는 브랜드로 대표되는 이 시스템은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닌, 전국 어디서든 균일한 배송 경험을 제공하는 풀필먼트 기반 라스트마일 전략의 총집합이다. 2024년 기준, 전국 30여 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도심형 MFC(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를 전략적으로 분산 배치했다. 자체 배송 조직인 **‘쿠팡 친구’와 자회사 CLS(퀵플렉서)**를 통해 택배를 직접 수행하며, 소화물 배송의 완전한 내재화를 이룬 국내 유일의 사례다. AI 예측 배송 알고리즘을 활용해 주문 전 상품을 고객 근처에 미리 배치하는 전략도 정착됐다.
이런 물류 전략 덕분에 쿠팡은 강원, 전남, 경남 등 지리적 불리함이 있던 지역에서도 당일 또는 익일 배송이 가능하며, ‘전국 어디서든 로켓배송’이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자로 자리 잡고 있다.
2. CJ대한통운 – 자동화 기술로 전국 물류의 표준을 만들다
CJ대한통운은 국내 택배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B2B와 B2C 물류 모두를 아우르는 대규모 물류 인프라를 전국에 구축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TES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한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이다. 전국 단위 물류 허브 망을 바탕으로 수도권만 아니라 비수도권 지역에도 균형 있게 물류센터를 배치하고 있다. TES 센터에서는 AI 기반 자동 분류 시스템, 로봇 피킹, WMS-WCS 연동 플랫폼이 작동 중이며 전체적인 물류 처리 효율성과 오류율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상 배송 감지’나 ‘도착 시간 예측’ 등에도 AI를 도입해 고객 중심의 스마트 택배 서비스로 진화 중이다. CJ는 직접 배송 조직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택배기사 중심의 플랫폼 물류 시스템을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이다. 즉, 전국을 아우르는 ‘표준형 라스트마일’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3. 우정사업본부 – 공공 인프라 기반의 보편적 물류망
우정사업본부는 전국 어디서든 우편 및 소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공 물류망’의 대표 주자다. 상업적인 물류와 달리, **도서·산간·접경지·노년층 거주지 등 배송 취약지역까지 포함하는 ‘보편 서비스’**를 지향한다. 전국 읍·면 단위까지 2,600개 이상 우체국 망을 활용한 배송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론 배송 시범사업을 통해 도서 지역 물류 접근성 강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산간 지역에는 소형 전기차 기반 배송 시스템도 도입 중이다. 국가 재난 시에는 공공 지원 물류 기능도 수행하며, 보안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갖춘 모델로 평가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이익’보다 ‘접근성’에 중점을 둔 전국형 라스트마일 구축 사례로, 민간 물류가 커버하지 못하는 지역을 책임지는 공공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4. 미래의 라스트마일 – 도심형 물류와 기술이 결합한다
라스트마일 경쟁의 패러다임은 이제 ‘속도’만이 아니다. 누가 고객의 생활 반경 안으로 더 조용하고, 똑똑하게 들어갈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지속 가능하고 유연한 인프라를 활용하는가가 관건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도심형 물류 시설(MFC)과 첨단 기술이 있다. 우선 도심형 MFC(Micro Fulfillment Center)는 기존 대형 물류센터와 달리, 도시 안에 분산 배치되는 소규모 자동화 창고를 의미한다. 이 MFC들은 주로 도심 근교, 상업지구, 고밀도 주거지역에 자리 잡아 소비자와의 거리(Lastmile Distance)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쿠팡, 마켓컬리, 신세계, GS리테일 등은 이미 서울·경기권 중심으로 MFC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3시간 이내 퀵 배송, 새벽 배송, 30분 이내 단건 배송 등 초단기 물류 전략을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쿠팡은 자체 예측 배송 알고리즘과 연계해, MFC에 고객이 주문할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미리 배치해 두는 방식으로 배송 속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자율주행 배송 차량, 드론, 배송 로봇 등 새로운 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율주행 배송 차량은 도심 내 아파트 단지, 복합상업시설 등에서 비대면 물품 전달에 활용되며,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현재 시범운행이 확산 중이다. 드론 배송은 강원, 전남, 제주 등의 산간·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 적용 중이며, CJ대한통운, 우정사업본부, 메쉬코리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배송 로봇은 대학 캠퍼스, 신도시 단지 등에서 실전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으며, 편의점 연계 수령이나 건물 내 배송(라스트 미터)을 자동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기술 기반의 서비스는 단순 운송만이 아니라 고객 경험을 재설계하는 데까지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는 단순히 경로를 계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수령 시간 선호도, 부재 패턴, 날씨 및 교통 상황까지 예측해 가장 최적의 배송 시나리오를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과 인프라가 결합한 라스트마일 전략은 단순히 ‘오늘 배송된다’는 서비스에서 **‘어디서 어떻게 받을 것인가?까지 설계된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미래의 라스트마일은 물류가 고객을 찾아가는 구조이며, 그 중심에는 디지털 기반, 초근접 거점, 자동화 기술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이 자리 잡고 있다.
5. 결론: 라스트마일의 끝판왕은 ‘전략+인프라+기술’을 모두 갖춘 자
지금까지의 라스트마일 경쟁은 ‘누가 더 빠르게 보내는가?’였다면,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더 잘 설계된 전국망과 기술로 고객 경험을 완성하는가?’**가 될 것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현재까지는 자체 풀필먼트 인프라 + 전국 단위 MFC + 직접 배송조직을 보유한 쿠팡이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전통 물류의 안정성과 자동화 기술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고, 우정사업본부는 소외지역까지 아우르는 사회적 물류 역할에서 독보적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미래 기술과 고객 맞춤형 전략을 결합하고 있어, 라스트마일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 중이다. 결국 전국 단위 배송망의 끝판왕은 단 하나가 아니라, 지속해서 기술과 전략을 조합해 고객의 일상에 가장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기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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