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에도 도심 곳곳을 누비는 수많은 물류 차가 끊임없이 상품을 실어 나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마주치는 이 모습 뒤에는 점점 더 커지는 환경 부담과 탄소 배출 문제가 숨어 있다. 탄소중립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오늘날, 물류 산업은 친환경 전환이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 놓여 있다. 특히 전기차(EV)와 수소차(FCEV)는 이 흐름 속에서 물류 운송 수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전기·수소 배송차의 기술적 특징과 실제 도입 현황을 살펴보고, 앞으로 이들이 물류 산업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조망해 본다.
1. 왜 전기·수소 배송차인가?
기후 변화와 탄소 배출 감축에 대한 전 세계적인 요구가 거세지면서, 물류 산업 역시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특히 도심 내 배달과 배송을 담당하는 상용차들은 연료 소비가 많고, 배출가스 문제로 인해 친환경 전환이 시급한 분야다. 이에 따라 **전기차(EV)**와 **수소차(FCEV)**가 물류 차량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 배송차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정숙하게 운행할 수 있어 도심 배송에 유리하다. 수소 배송차는 긴 주행 거리와 빠른 충전 시간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중장거리 물류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두 기술은 물류의 친환경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핵심 축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연계해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2. 전기 배송차의 현재와 기술 트렌드
전기 배송차(Electric Delivery Vehicle)는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차량으로, 현재 도심 내 소형 물류 및 당일배송 영역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전기 배송차는 환경 오염을 줄이면서도 소음이 적고, 차량 유지비용도 낮아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 향상, 충전 인프라 확대, 경량화 기술 등이 동시에 발전하면서, 전기 배송차의 실용성과 운용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또한 다양한 차량 크기와 용도에 맞춰 전기 배송 밴, 경량 트럭, 1톤 전기 화물차 등 모델이 세분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아예 전기차 전용 물류 플랫폼을 기획 중이다. 더불어 스마트 물류 시스템과 연동된 전기 배송차는 주행 중 데이터를 수집하고, 운행 경로를 최적화하는 기능까지 탑재되며 물류 자동화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국내외 현황>
-한국: 쿠팡, CJ대한통운 등은 일부 지역에 전기 배송 차를 시범 운영 중이며, 정부는 2030년까지 친환경 상용차 비중을 25% 이상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해외: 아마존은 리비안과 협업해 수천 대의 전기 배송 차를 도입하고 있고, DHL은 유럽 주요 도시에 EV 기반 배송을 전면 적용하고 있다.
3. 수소 배송차의 가능성과 과제
수소 배송차(Hydrogen Delivery Truck)는 수소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여 구동하는 차량으로, 긴 주행 거리와 빠른 충전 속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형 물류 시스템의 한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차는 주행 중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며, 물만 배출하는 순수 친환경 차량이라는 점에서 탄소중립 시대에 매우 적합한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수소 배송차는 중·대형 트럭 중심의 대량 운송과 장거리 운송에 강점을 보이며, 고속도로 중심의 물류망과 연계할 경우 전기차보다 훨씬 높은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 충전 시간도 짧고, 추운 날씨나 험한 지형에서도 출력 저하 없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다만, 수소차는 수소 충전소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고, 차량 가격이 높으며, 현재 대부분의 수소가 화석연료 기반이라는 점에서 '청정 수소'로의 전환도 과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수소 배송차의 확산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만 아니라 정부 주도의 인프라 확충, 수소 생산 방식의 친환경화, 산업 생태계 구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주요 사례>
현대차는 수소 전기 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유럽과 한국에서 시범 운행 중이며, 스위스에서는 실제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용화를 확대 중이다. 일본의 도요타, 미국의 니콜라 모터도 수소 상용차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4. 전기 vs 수소: 어떤 차량이 미래를 이끌까?
전기차와 수소차는 모두 친환경 물류의 핵심 기술이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미래 물류 환경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 배송차는 주행 거리가 짧고 정차가 잦은 도심형 배송에 매우 적합하며, 충전 인프라와 차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보급 속도가 빠르다. 무엇보다 기존 도시 인프라와의 친화성이 높아 단기적 보급 확대에 유리하다. 반면 수소 배송차는 장거리 운송과 대형 물류 차량에 강점을 가지며, 고속도로 물류 거점 간 효율적인 연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장거리 운행 중 충전 횟수가 적고, 겨울철 저온 환경에서도 성능이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계절적 제약도 적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수소차는 대형 화물차, 트레일러, 고속도로 간선 물류 시스템에서 중심축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전기차는 ‘라스트마일 물류’에, 수소차는 ‘간선 물류’에 특화된 기술로 구분되어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 입장에서는 차량을 일괄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운송 목적과 지역, 거리, 에너지비용 등을 고려해 전기차와 수소차를 병행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물류 전략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선택을 넘어, 전체 공급망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재설계하는 과정의 핵심이기도 하다.
5. 결론: 친환경 물류 전환의 핵심, 기술을 넘어 시스템으로
전기와 수소 배송차의 도입은 단순히 차량을 바꾸는 것을 넘어서, 물류 시스템 전반을 친환경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과정이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가는 여정에서, 이들 기술은 출발점일 뿐이다. 앞으로는 차량만 아니라, 충전소, 에너지 생산 방식, 데이터 기반 경로 최적화 시스템, 그리고 정부와 기업의 협력 모델까지 종합적인 시스템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 흐름 속에서 물류기업들은 환경 규제를 넘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선제적인 친환경 기술 도입에 나설 필요가 있다. 배송의 최전선이 곧 기술의 최전선이다. 전기와 수소가 이끄는 물류의 미래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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