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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없는 바다를 향해 : 해운업계의 녹색 전환 시도

by godsend-blog 2025. 5. 7.

해운업은 전 세계 물류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글로벌 핵심 산업이다. 그러나 이 산업은 동시에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해운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₂)는 전체 산업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며, 이 수치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탄소중립이 전 산업의 과제로 떠오른 지금, 해운업계 역시 더 이상 ‘환경 규제의 예외’가 아니다. 단순한 선언이나 보고서 작성이 아닌, 선박 기술, 연료 전환, 디지털 관리 시스템 등 구체적인 실천을 중심으로 한 녹색 전환이 진행 중이다. 이 글에서는 현재 해운업계에서 추진 중인 친환경 전략과 대표 사례들을 중심으로 실제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분석해 본다.

해 질 녘, 대형 산업단지 앞을 지나가는 하천 화물선
해 질 녘, 대형 산업단지 앞을 지나가는 하천 화물선


1. 규제 강화로 시작된 해운의 녹색 압박

해운업의 녹색 전환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국제 사회의 강력한 규제 압력으로 시작된 필수적 과제이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는 2023년부터 해운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탄소집약도 지수(CII)**와 **에너지 효율 지수(EEXI)**를 도입하며 실질적인 환경 성과를 요구하는 시대를 열었다.
**CII(Carbon Intensity Indicator)**는 선박의 실제 운항 거리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수치화한 지표로, 해마다 등급 평가가 진행된다. 일정 등급 이하로 내려갈 경우, 벌금, 항로 제한, 심지어 운항 정지까지 가능해진다.
**EEXI(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는 기존 선박의 에너지 효율을 평가하며, 개조나 감속 운항 등의 개선 조치를 유도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이러한 규제는 단지 권고사항이 아닌, 국제 항로에 진입하기 위한 필수 요건으로 작용하며, 글로벌 해운사들에 직접적인 사업 리스크로 다가왔다. 특히 유럽연합(EU)은 2024년부터 해운업을 탄소배출권 거래제(EU ETS)에 포함하기로 결정해, 유럽 항만을 드나드는 모든 선박은 배출량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해운기업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대응 전략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머스크(Maersk)**는 메탄올 추진 선박 도입을 앞당기고 있으며, MSC와 CMA CGM은 LNG 연료 기반 선박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HMM은 탄소 감축 전략에 따라 친환경 선박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선박 운항 최적화 시스템 개발, 선박 개조 프로젝트, 저속 운항 정책 시행 등을 병행 중이다.
결국 녹색 해운은 더 이상 ‘기후를 위한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사업 지속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연적 과제가 되었다. 이 흐름에 뒤처지는 기업은 규제를 피해 가기는커녕, 국제 무역의 무대 자체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수 있다.

2. 대세가 된 대체 연료: LNG, 메탄올, 암모니아

친환경 해운의 핵심은 **기존의 중유(Heavy Fuel Oil, HFO)**에서 벗어나 대체 연료 기반의 선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 주목받는 연료는 다음과 같다:

1)LNG(액화천연가스): 기존 중유 대비 CO₂ 배출량이 약 20~30% 적어, 가장 보편적으로 상용화된 대체 연료. 다만 메탄 누출 문제와 인프라 확산이 과제로 남아 있다.

2)메탄올: 연소 시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기존 엔진 개조로도 사용할 수 있어 전환 속도가 빠르다. 머스크(Maersk)는 2030년까지 100척 이상의 메탄올 추진 선박을 운항할 계획이다.

3)암모니아: 배출가스에서 탄소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제로 카본 연료’로 주목받고 있으나, 독성과 저장 안정성 문제로 인해 아직은 시험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HMM이 LNG 이중연료 추진선을 확대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은 암모니아 및 수소 선박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3. 기술 기반의 에너지 절감형 선박 설계

연료만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선박 자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적 설계도 녹색 전환의 핵심이다. 주요 기술로는 다음이 있다:

1)공기 윤활 시스템(Air Lubrication): 선체 바닥에 미세한 공기 방울을 분사해 마찰 저항을 줄여 연료 소모를 낮추는 기술.

2)풍력 보조 장치(Wind Assist Technology): 돛 또는 회전식 날개를 장착해 바람의 힘을 부분적으로 이용, 연료 소비를 최대 20%까지 줄일 수 있음.
3)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 전기 배터리와 디젤 엔진을 병행 운용해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

이러한 기술들은 단기간 내 모든 선박에 적용되긴 어렵지만, **신조선(새로 건조되는 선박)**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탄소세 절감과 연료비 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4. 디지털 솔루션과 블록체인, 새로운 녹색 동맹

환경성과를 높이기 위한 디지털 솔루션 도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항로 최적화, 연료 사용량 실시간 모니터링, 블록체인 기반의 친환경 인증 시스템 등이 해운사들의 실질적인 ESG 대응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1)스마트 항로 설계: 기상 정보, 해류, 항구 혼잡도를 반영해 최단·최적의 경로를 실시간 산출하는 시스템. 연료 낭비를 줄이고, 정시율까지 높일 수 있다.

2)탄소배출 추적 플랫폼: 선박별 탄소 배출량을 자료화해 이해관계자에게 공유. 화주 기업들도 탄소배출 기준에 따라 해운사를 선택하게 되며, 이는 곧 친환경 운영이 수익성으로 연결된다는 뜻이다.

4)블록체인 인증 시스템: 연료 사용 이력과 탄소 감축 실적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검증하는 기술로, 향후 탄소 크레딧 거래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LG CNS, SK C&C 등 IT 기업과 해운기업 간의 협업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5. 결론: 탄소 없는 바다는 더 이상 이상이 아니다

해운업의 녹색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고, 이는 단지 규제를 피하기 위한 ‘대응’이 아닌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는 진화의 과정이다. 연료의 변화, 기술의 진보, 디지털 기반의 효율 관리까지.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해운 산업은 지금 탄소 중심 산업에서 탈탄소 산업으로 전환 중이다. 앞으로 탄소 없는 바다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먼저 움직이는 기업이 규제 대응, 비용 절감,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3가지 이점을 동시에 누리게 될 것이다. 이제는 '녹색 전환'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실행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