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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물류 & 배송 인사이트/정책·보고서·시장분석

종이 보고서가 아닌 행동으로 : 물류기업 ESG 사례 분석

by godsend-blog 2025. 5. 3.

최근 몇 년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가 빠르게 확산하였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이를 '보고서 작성용 프레임워크'로만 접근하며 실질적인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물류 산업은 그간 탄소배출, 과로 이슈, 불공정 거래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도기업들이 종이 보고서를 넘어선 실질적 ESG 실천으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 주요 물류기업들의 ESG 활동을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ESG를 실현하는 전략의 본질을 살펴본다.

밤에 조명이 켜진 항만에서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하역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밤에 조명이 켜진 항만에서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하역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1. 환경(E): 탄소중립 물류로 나아가는 친환경 전환

환경(Environment) 부문에서 물류기업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탄소배출 감축이다. 운송 수단, 냉난방이 필요한 물류센터, 포장재 사용 등 물류산업은 에너지 소비량이 많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크기 때문에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선도기업 DHL은 이 분야에서 매우 공격적인 ESG 전략을 펼치고 있다. ‘GoGreen’ 프로그램을 통해 2050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실제로 전기 트럭 및 수소차 도입, 바이오연료 기반 항공 운송 시스템, 태양광 기반 물류센터 전환 등 다각적인 실천 항목을 운영 중이다. 단순한 선언을 넘어서, 지역별로 달성률을 수치화하여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국내 기업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CJ대한통운은 TES 물류센터 내에 ‘TES Eco’ 전략을 통해 친환경 전기 지게차 400여 대를 운용하고 있고, 스마트 조명 제어 시스템으로 물류창고 전력 효율을 최대 20%까지 절감하고 있다. 또한 배송 박스에서 테이프 사용을 없애고, 재활용할 수 있는 포장재 사용률을 높여 폐기물 저감에도 힘쓰고 있다.

쿠팡 역시 최근 ESG 보고서에서 전기배송 차량 도입률 증가, 물류센터의 에너지 효율화 설비 확대, 로켓배송 경로 최적화를 통한 연료 소모 감축 등의 구체적인 실천 항목을 공개했다. 특히 AI 기반 수요 예측으로 불필요한 물류 이동을 줄이는 기술적 시도는 에너지 효율을 넘어 물류 최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식이다.

이처럼 환경 부문에서의 ESG 실천은 단순히 이미지를 위한 장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공급망 운영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의 탄소 규제 강화, EU의 CBAM(탄소국경세) 시행 등 외부 요인도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결국 친환경 물류는 시대의 요구가 아닌, 경쟁력의 기준이 되고 있으며, 선도기업들의 사례는 후발주자들에게 분명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2. 사회(S): 노동 환경 개선과 지역 사회 기여

사회(Social) 항목에서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지역사회와의 상생이 핵심이다. 특히 물류 업계는 과거 택배기사의 과로사, 물류센터 내 열악한 근무 환경, 불합리한 계약 구조 등으로 인해 사회적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렇기에 ESG 관점에서 물류기업의 노동 환경 개선 노력은 기업 신뢰도의 핵심 지표로 간주한다.

 

1)한진택배는 업계 최초로 현장 택배기사를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정기 건강검진, 자동화 설비 확대를 통해 업무 피로도를 줄이는 물리적 대책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분류작업 전담 인력을 확대해 기사들의 야간노동 부담을 줄이고 있다.

2)쿠팡은 ‘쿠친 케어 프로그램’을 통해 배송 기사 전용 보험, 근골격계 질환 예방 교육, 야간 근무자의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심야 배송에 대한 인력 분리 운용 정책은 고용 안전성과 삶의 질을 동시에 고려한 ESG 정책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쿠팡은 전국 물류센터를 지역 인재 채용의 거점으로 삼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와 협력해 장애인 고용 연계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 중이다.

3)로젠택배는 ‘상생 물류’를 내세우며 중소상공인을 위한 배송 지원 사업, 지역 청년을 위한 물류 교육 프로그램,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턴십 운영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물류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한 점은 ESG 모범사례로 평가된다.

결국 사회(S)는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서,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지역과의 신뢰 관계 형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물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핵심이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지만, 기업의 내부 구성원과 외부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3. 지배구조(G): 투명성과 책임 중심의 운영 혁신

지배구조(Governance) 부문은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ESG에서 중요한 기둥이다. 특히 물류기업처럼 다수의 이해관계자(고객, 기사, 납품업체, 지방자치단체 등)와 관계하는 산업에서는 투명한 의사결정과 책임경영이 신뢰 확보의 핵심이다.  FedEx는 글로벌 수준의 윤리경영 지침을 공표하고, 내부 고발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부정 거래 및 갑질 구조를 사전 차단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모든 협력업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내 기업 중 CJ대한통운은 ESG 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구성해, ESG 전략 실행을 단순 부서 차원이 아닌 경영 전략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ESG 관련주요 의사결정에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체계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경영활동을 분기 단위로 외부에 공개하며, ESG 평가기관의 실사 결과도 내부 감사보고서에 포함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G’ 요소는 비가시적이지만 기업의 장기 생존을 위한 기반이 되며, 이사회 중심의 ESG 정착은 앞으로 모든 물류기업이 갖춰야 할 표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4. ESG는 선택이 아니라 실행력의 문제다

오늘날 소비자와 투자자, 협력업체는 단순히 **"ESG를 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실행하고 있느냐"**를 본다. 단기적인 보여주기식 보고서나 선언문은 이제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ESG는 지속가능성과 리스크 관리, 이해관계자 신뢰를 총체적으로 연결하는 기업 생존전략이다.
물류기업이 ESG를 행동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가 필요하다: 수치와 시스템 기반의 실적 공개 ,이해관계자 관점에서의 피드백 반영, 단순 CSR을 넘어선 운영 프로세스 내 ESG 통합

이러한 기준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업만이, 앞으로의 환경규제, 투자 심사, 소비자 선택 기준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ESG는 이제 종이 위 보고서가 아니라, **물류 현장에서 실천되고 측정할 수 있는 ‘행동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